개요 : 스릴러
개봉일 : 2024-11-20
감독 : 김대우
출연 :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김대우의 신작 [히든페이스]는 2011년에 나온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이 영화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데, 전 굳이 챙겨볼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리메이크를 한 번 보는 것으로 충분한 거 같아요.
그래도 내용을 확인하긴 했어요. 어떤 게 바뀌었는지는 대충 알지요.
영화는 일단 성진이라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시작합니다. 이 사람은 나름 자수성가한 사람이죠.
분식집 아들인데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오른 게 악단장의 딸이고 첼리스트인 여자친구 수연 때문이니 위치가 아슬아슬하지요.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수연은 비디오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집니다.
공연을 준비 중인데 첼리스트 자리가 하나 비었으니 그 자리를 채울 사람이 필요하죠.
영화는 그 뒤 러닝타임 절반까지 조금씩 과거로 거슬러가면서 사건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가장 숨기는 게 없는 성진과는 달리 수연과 미주는 관객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지요.
그리고 그 비밀을 아는 순간 성진은 윤리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쌓아온 자신의 경력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 성진이 주인공인 이야기 같은데, 아마,원작보다는 성진의 이야기가 더 길거 같긴 합니다.
원작의 이야기에서 여자친구의 실종에 책임이 있는 범죄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정체불명의 캐릭터 거 같거든요.
적어도 그런 전개가 가장 자연스러운 구조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리메이크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성진에게 숨은 비밀 같은 게 있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일단 성진을 연기한 송승헌의 연기에 그런 레이어가 존재하지 않아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냥 성진은 그냥 레이어가 없고 100퍼센트 이해가능한 사연이 있는 사람인 겁니다.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수연과 미주입니다. 이 사람들은 원작에서와는 달리 처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에요.
그 둘의 배배 꼬인 관계가 영화 전체를 지배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 순간 성진은 순식간에 주인공의 자리에서 내려옵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이 되면 그냥 도구화됩니다. 가장 심각한 고민을 할 때도요. 이건 여자들의 이야기죠.
두 사람은 원작보다 훨씬 못된 사람들로 그려지는 거 같은데, 그 때문에 원작의 이야기와는 다른 서스펜스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긴장감 대부분은 성적인 것이에요.
이 영화의 사람들은 원작보다 더 못되었지만 결말은 원작의 꿀꿀함이 적은데,
그건 아무래도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둘의 관계가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질 게임의 일부처럼 보이기 때문이겠죠.
송승헌 이야기는 이미 했고, 수연 역의 조여정은 언제나처럼 믿음직한 조여정 연기를 하며 그게 영화의 구심점이 됩니다.
전 미주 역의 박지현이 긴 호흡의 연기를 하는 걸 처음 봤는데 전 좋았습니다..
특별히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 같지 않은 나른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게 다채롭고 적절한 서스펜스를 유발한단 말이죠.
조여정의 연기와 완전히 다른 성격의 것인데 배우 합도 좋아서, 두 사람이 같이 나오는 모든 장면들이 재미있었습니다.
원작은 줄거리만 말고 있으니, 일대일 비교는 어렵고. 원작을 재료로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있는 영화인 건 사실인 거 같습니다.
그 때문에 조금 인위적이거나 흐릿한 부분이 발생하긴 하는데, 원작도 설정이 아주 자연스러운 건 아니잖아요.
이 정도면 다들 재미있게 놀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